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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II] 故 안병하 평전 ⑦ 1부 발포를 거부하다
안호재 | 2021-09-14 07:49: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 경찰, 시위 진압에 나서다(5월 18일)

18일 아침 8시경, 외근 나갔던 기동경찰과 전경들이 아침 일찍 대부분 경찰국으로 복귀했다. 새벽에 서부경찰서와 광주경찰서를 통해 접수된 전남대화 조선대 상황은 일요일이어서인지 조용했다.

그런데 대학교에 배치된 7공수여단 수색조들이 도착과 동시에 밤중 내내 도서관, 학생회관, 방송실 등을 급습하여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휴식을 취하던 학생들을 모조리 연행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강제연행에 불응하거나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기색이 보이는 학생은 군인이 진압봉으로 거칠게 다루더라는 보고도 있었다. 새벽녘까지 체포된 학생 숫자는 전남대와 조선대 두 군데서 69명에 이르렀다. 또한 505보안부대가 사령부로부터 미리 확보한 광주전남지역의 예비검속자 명단 20여 명 가운데 12명이 이날 밤 체포됐다. 서부경찰서와 광주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들이 505보안부대 군인들을 안내해서 예비검속 대상자들의 집을 밤중에 급습했다.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은 어디로 숨었는지 아직 붙잡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현장에 나가서 군인들을 보조하거나 지켜보던 경찰 정보망을 통해 이런 소식들이 속속 안병하 국장에게 보고되었다.

지난밤 발령된 계엄포고 제10호가 치안본부를 통해 내려왔다. 새벽 1시에 이희성 계엄사령관 명의로 발표됐다는 계엄포고령을 읽는 순간 안병하 국장은 이게 보통 사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직감했다. 모든 정치활동 중지, 집회 및 시위 금지, 전국 모든 대학 휴교령, 언론보도 사전 검열, 파업 및 유언비어 유포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는 김대중, 김종필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밤중에 예비검속으로 연행됐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계엄사는 임시로 업무조정을 지시하여 경찰대신 헌병이 치안을 담당토록 조치했다.*29 계엄사의 지휘를 받는 치안본부에서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에 반발하여 학생시위가 예상된다며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이 적극 대처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있었다.

안 국장은 심정이 착잡해졌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게 분명해 보였다. 정치권, 대통령까지 상황을 수습하겠다고 나설 만큼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 목소리가 커진 상태인데다 이걸 단번에 막겠다는 계엄사의 의도가 포고령 문안에서 뚜렷이 읽혀졌다. 학생은 물론 경찰의 희생도 커질 것 같은 우려가 앞섰다. 지금까지 경찰의 영역이던 치안 질서 확립도 헌병을 앞세워 군이 주도하겠다는 것이 계엄사의 의도였다. 안 국장 자신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진정시키고자 해도 군인들이 그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됐다. 군이 이렇듯 강하게 나오는 마당에 경찰이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경찰이 소극적으로 학생시위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군이 개입할 명분만 주는 꼴이 되겠다 싶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학생과 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것이고, 학생의 희생이 훨씬 더 커질 게 분명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안 국장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찰이 시위 진압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차라리 군의 개입 여지를 줄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친 안 국장은 오전 10시경 전남대 정문 앞에서 학생들과 7공수 경계병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잠시 후 학생들이 광주역을 거쳐 시내 금남로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보고를 들었다. 안 국장은 오전 11시 이전 전남대 앞에서 시작된 시위대가 금남로에 도착하기 전까지 전일빌딩 부근 금남로1가에 경찰기동대와 전경대를 우선 배치하라고 지시했다.*30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경찰의 배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전남대와 조선대(각 2개 중대), 시가지와 공원(각 2개 중대), 그리고 예비대 1개 중대, 채증과 체포활동에 1개 중대 등 모두 10개 중대 1,925명(95/1,830)을 배치했다. 여기에 동원된 부대는 기동대(4개 중대)와 광주경찰서 및 서부경찰서 2개 중대, 전남의 시군지역 경찰서에서 차출한 3개 중대, 본국 1개 중대 등이었다.*31 시와 군에서 차출한 경찰은 3개 경찰서를 묶어 1개 중대씩으로 편성했다.

“도망하는 시위대를 쫓지 말라” 강조

안병하 국장은 시위진압에 나서는 경찰 지휘관들에게 “안전한 집회 관리”를 강조하고, “시위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라”고 반복해서 지시했다.*32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에 따라 부득이하게 경찰의 지압강도가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찰의 진압강도가 높아지다 보면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컸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학생들의 안전 보장이 최우선이라고 여겼다. 이와 같은 안 국장의 생각은 당시 진압작전에 나선 경찰 ‘지휘부 대책회의’ 기록 중 ‘전남경찰국장의 주요 지시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33

● 시가지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플래카드 이용 시위 학생은 연행 할 것
● 시가지 운집 학생은 해산지시에 불응시 전원연행
● 학생에 대하여 부상 및 희생자 없도록 최대한 노력
● 화학탄을 사용치 말고 부상사례가 없도록 적극 유의
● 주모자만 신속히 연행, 도주하는 학생은 추적치 말 것

당시 시위진압 부대를 이끌었던 전남도경 소속 경찰지휘관들의 증언에서도 안 국장의 지시내용이 확인된다.*34 “안병하 국장은 시위 시민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고 항상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도망하는 시위대를 쫓지 말고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기동 1중대장 김00) “안 국장은 공격 진압보다는 방어 진압을 우선시 했고, 진압을 하되 꼭 방어 진압을 강조”했다.(기동 2중대장 허00) “특히 시위 학생들에게 돌멩이를 던지지 말고 도망가는 학생들을 쫓지 말라”고 지시했다.(기동 3중대장 이00) “군인 출신답지 않게 인성이 좋았고, 직원들 간 유대관계도 좋았다. 시위대가 밀려오더라도 격렬하게 대처하지 말고 평화롭게 대처하되 우리 경찰관들도 절대 다치지 않도록 대처하라”고 했다.(광주서부경찰서장 김00) “5·17 자정에 계엄이 확대되고 공수부대를 포함한 군 병력이 광주에 투입된다는 통보를 군 당국으로부터 받은 국장께서는 경찰 지휘관들에게 연일 시위진압에 수고가 많다고 위로하면서 ‘군의 지원병력이 투입되면 경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영암경찰서장 김00)

*저자 이재의
전남대 경제학과 졸업, 조선대 경영학 박사, 《광주일보》 ‘월간 예향’ 기자, 《광남일보》 논설위원.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 그해 10월 체포, 1981년 5.18특사로 석방.
1985년 5?18 광주항쟁 최초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황석영 기록) 초고 작성, 2017년 전면개정판 공동 집필.
2000년 내외신 기자들의 5?18 취재기 The Gwangju Uprising(M.E, Sharpe)을 《뉴욕타임스》 특파원 헨리 스콧 스톡스(Henry Scott Stokes)와 함께 편집하여 미국에서 출판.
현재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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